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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대학 노대환교수님
동국대학교 문과대학 진정한 글로벌 교육 및 전인 교육의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문과대학장 노대환

동국대학교 문과대학은 조지훈, 서정주 같은 한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수많은 문인과 작가를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철학, 역사학, 외국어문학에서도 탁월한 업적을 남긴 한국 인문학의 명문으로서,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데 중심된 역할을 해왔습니다. 본인은 문과대학장으로서, 여러분이 이런 자랑스러운 전통의 일원이 된 것을 축하드리며, 세계로 나아가는 동국 인문학의 힘찬 발걸음에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인문학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보편적인 진리와 본질적인 가치를 탐구합니다. 통시대적 보편성과 현상적 변화에 따라 규정되지 않는 본질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인문학은 대표적인 기초학문(Basic Science) 입니다. 기초학문은 현실세계의 특정 분야의 실천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개발된 응용 기술이나 과학에 그 논리적 기초와 이론적 근거를 제공합니다. 수학과 물리학 없이 현대의 발전된 정보산업과 생명공학이 있을 수 없듯이 문학, 역사, 철학의 사상 없이 인간이 오늘과 같은 고도의 지적, 문화적 삶을 향유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기초학문이 나무의 뿌리와 몸통이라면 응용 기술과 과학은 그 가지와 줄기입니다. 비옥한 인문학의 토양 위에서만 인간의 가치를 드높이고 인간들 사이의 관계를 보다 정의롭고 평화롭게 고양시키는 정치, 경제, 사회 체계가 자라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인문학은 또한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이 담당하고 있는 일반교육(General Education)의 중심된 내용을 이루고 있습니다. 일반교육이란, 고등교육을 받는 사람이면 누구나 전공분야와 상관없이 받아야 하는 교육으로, 특수한 산업현장에 진출하기 위한 직업교육이나, 수시로 바뀌는 시장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문가 양성과정과 구별됩니다. 인문학 교육은 인류문화의 보고인 종교, 역사, 철학, 문학, 예술, 과학 등의 고전을 읽고, 토론하고, 사색하는 과정을 통해서, 개인적으로는 각자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확립하고, 사회적으로는 정의롭고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는 공동체를 형성하도록 도와줍니다. 직업교육이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교육이라면, 인문학 교육은 훌륭한 인간이 되게 하는 교육입니다. 인간성이 고갈되고 피폐한 사회 속에서 어떤 직장이 좋은 직장으로 남아 있을 수 있겠습니까

대학의 주된 기능이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우수 인력 공급에 있고, 대학 진학의 목적이 보수 높고 안정된 직장을 얻는데 있는 현실에서 역사, 철학, 어문학 같은 인문학을 전공할 필요가 있는가 라고 묻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취업 현실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질문은 최고의 고등교육 국가인 미국에서는 반드시 그렇게만 이해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미국의 학부 교육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독서, 좋은 글쓰기,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 상황에 따른 올바른 판단력과 실천적응력의 배양을 목표로 하는데, 그것은 주로 인문학적 교육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많은 명문대학들에서 한국의 법대, 상대, 의대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이 학부에는 없고, 주로 특수대학원에서 전문가 양성과정으로 이루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한국은 이제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입니다. 정보와 문화가 국가 산업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창의력 있고 상상력이 풍부한 인재가 날로 요청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공공 기관이나 일반 기업도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대학 졸업생을 뽑아 전문가로 키워나가는 거시적 인력수급체계를 갖출 때가 되었습니다. 그런 때가 가능한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대학생활을 한다는 것, 그 중에서 특별히 동서양의 문학, 역사, 철학의 위대한 사상을 배우고 사색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하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높은 수준의 지적 감수성, 불확실한 미래를 향한 용기와 강한 도전 정신, 그리고 시류에 편승하여 안주하기를 거부하는 자유롭고 주체적인 정신을 소유한 젊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여러분은 그런 특권을 누릴 자격을 갖추고 유서 깊은 동학의 언덕에 왔습니다. 그 특권을 한없이 누리십시오.